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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소송 실무

의료소송 소장을 받았습니다 — 답변서 30일보다 먼저 챙겨야 할 첫 7일 (송달일이 기준인 이유)

by 병원 Helper 정쌤 2026. 8.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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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총무팀 직원이 봉투 하나를 건넵니다. 겉면에 법원 이름이 찍혀 있습니다. 뜯어 보니소장이라는 두 글자가 눈에 들어옵니다. 심장이 먼저 반응하고, 생각은 그 다음에 움직입니다. 먼저 말씀드리면, 지금 확인해야 할 것은 딱 하나입니다. 이 서류가 언제 송달되었는가.

세 줄 요약
①  기한의 출발점은 내가 받은 날이 아니라 송달일입니다. 대법원 “나의사건 검색”사이트에서 사건번호로 송달일을 조회합니다.
②  답변서는 30일이지만 준비 시간을 빼면 실제 작성 시간은 절반입니다. 첫 7일은 쓰는 주가 아니라 만드는 주입니다.
③  이번 주에 하지 말아야 할 두 가지 — 원고 측 직접 연락, 기록 수정.

 

결론부터 정리하겠습니다. 답변서 제출 기한은 소장 부본을 송달받은 날부터 30일입니다(민사소송법 제256조 제1). 하지만 실무에서 이 소송의 첫 단추는 30일이 아니라 첫 7일에 끼워집니다. 그리고 모든 계산의 출발점은송달일입니다. 이 글은 그 두 가지를 다룹니다.

시작 전에 한 문장만 먼저 말씀드립니다. 소장을 받았다고 잘못이 확정된 것이 아닙니다. 소장은 판결문이 아니라 원고 측 주장을 적은 문서입니다. 선생님의 이야기를 법원이 듣는 절차는 이제부터 시작됩니다.

기한은내가 받은 날이 아니라송달된 날부터 갑니다

송달은 법원이 소송 서류를 당사자에게 공식적으로 전달하는 절차입니다. 원고가 낸 소장의 사본, 즉 소장 부본이 피고에게 전달된 날이송달일이 됩니다. 답변서 30일을 포함한 이후의 기한 계산이 전부 이 날짜에서 출발합니다.

여기에 실무적인 함정이 하나 있습니다. 송달은 본인이 직접 받아야만 완성되는 것이 아닙니다. 민사소송법 제186조는 본인을 만나지 못한 경우 일정한 범위의 사람이 대신 받아도 송달이 유효하다고 정합니다. 이것을 보충송달이라고 부릅니다.

병원에서는 소장이 진료실이 아니라 원무과나 서무 담당 부서로 도착하고, 직원이 수령합니다. 그 서류가 내부 전달을 거쳐 의료인 본인의 손에 오기까지 며칠이 걸리기도 합니다. 그동안에도 기한은 송달이 이루어진 날부터 이미 흐르고 있습니다.

그래서 가장 먼저 할 일은 단순합니다. 실제 송달일을 특정하는 것. 봉투를 버리지 말고 보관하세요. 그리고 소장에 적힌 사건번호로 송달 일자를 확인합니다. 대법원나의 사건검색이나 전자소송 사이트에서 조회할 수 있고, 조회가 제한되는 경우에는 담당 재판부에 문의하면 확인됩니다.

실무에서 쓰는 판단 기준을 하나 말씀드리면 이렇습니다.

내 손에 온 날은 잊고, 확인된 송달일로만 계산한다.

 

달력에 표시할 날짜는 서류를 전달받은 날이 아니라 시스템에서 확인한 송달일이어야 합니다. 이 며칠의 차이가 마지막 주에 답변서의 완성도를 좌우합니다.

법은 30일을 주지만, 실무는 7일을 봅니다

답변서를 기한 안에 내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요. 민사소송법 제257조 제1항은 피고가 답변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법원이 청구 원인 사실을 자백한 것으로 보고 변론 없이 판결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이것이 무변론 판결입니다. 법정에서 한 번도 다퉈 보지 못한 채 패소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조문을 정확히 읽어야 합니다. '판결한다'가 아니라 '판결할 수 있다'입니다. 무변론 판결은 법원의 의무가 아니라 재량입니다. 같은 항의 단서도, 판결이 선고되기 전까지 청구를 다투는 취지의 답변서를 내면 무변론 판결을 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실제 법정의 모습은 조문보다 느슨합니다. 30일이 지났다고 곧바로 무변론 판결 선고기일이 잡히는 것은 아닙니다. 피고가 여럿이거나 대리인 선임에 시간이 걸리는 사건에서는, 기한이 지난 뒤에도 재판부가 기다리는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무변론 판결을 하지 않기로 하면 재판장은 바로 변론기일을 정하게 됩니다(258조 제1).

여기까지만 읽으면 안심이 됩니다. 그런데 실무자가 이 대목에서 하는 계산은 정반대입니다.

기다려 줄지 말지를 정하는 쪽은 법원입니다. 재량은 재판부의 것이고, 피고에게는 그것이 어느 쪽으로 갈지 미리 알 방법이 없습니다. 법원은 소장 부본을 보낼 때 무변론 판결 선고기일을 함께 통지할 수도 있습니다(257조 제3).

그래서 실무자의 달력에는 30일 하나만 적습니다. 조금 넘겨도 대개 탈이 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렇게 합니다.

그런데 30일이 온전히 '답변서를 쓰는 시간'은 아닙니다. 의무기록 사본과 영상 자료를 준비하는 데 며칠이 갑니다. 보험이나 공제 접수에 또 며칠, 변호사를 정하고 기록 검토를 받는 데 다시 며칠이 갑니다. 실무에서 가장 자주 나오는 실수는 "아직 한 달 남았다"는 계산입니다. 준비 시간을 빼고 나면, 실제로 답변서를 작성할 수 있는 시간은 절반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첫 7일의 목표는 답변서를 쓰는 것이 아닙니다. 답변서를 쓸 수 있는 상태를 만드는 것입니다.

7일 체크리스트쓰는 주가 아니라, 만드는 주

1~2일차 · 송달일 특정, 그리고 소장 읽기

봉투와 서류를 보관하고, 사건번호로 송달일부터 확인합니다. 이 날짜가 앞으로의 모든 일정표의 기준선이 됩니다.

소장은 세 가지만 확인하며 읽습니다. 원고가 누구인지(환자 본인인지, 가족인지), 청구취지가 무엇인지(무엇을, 얼마를 청구하는지), 청구원인이 무엇인지(언제의 어떤 진료를 문제 삼는지).

읽다 보면 감정이 앞서는 것이 당연합니다. 다만 이 단계에서 소장은 반박해야 할주장의 목록으로 읽는 문서입니다.

2~3일차 · 알려야 할 곳에 알리기

봉직의라면 병원의 의료분쟁·법무 담당 부서에 알립니다. 개원의라면 가입한 의료배상책임보험이나 공제회에 사고를 접수하거나 변호사를 선임해야 합니다.

통지를 미루면 안 되는 이유는 약관 이전에 법에 있습니다. 상법 제722조 제1항은 피보험자가 제3자로부터 배상청구를 받은 때에는 지체 없이 보험자에게 통지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통지가 늦어지면 보상 단계에서 불필요한 다툼이 생길 수 있습니다. ‘정리되면 알리자가 아니라, 지금 알리는 것이 원칙입니다.

여기서 한 가지 덧붙입니다. 봉직의는 병원과 함께 피고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병원 대리인과 선생님의 이해관계가 항상 같지는 않다는 점은 기억해 두시는 편이 좋습니다.

3~5일차 · 기록 확보

진료기록, 영상, 검사 결과, 동의서. 소송의 재료는 결국 전부 기록입니다. 사본을 확보해 두세요. 무엇이 있고 무엇이 없는지를 아는 것만으로도 첫 상담의 밀도가 달라집니다.

그리고 이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 하나. 지금부터 기록에 손대지 않습니다. 빠뜨린 내용이 뒤늦게 생각나더라도, 소장을 받은 뒤의 추가 기재나 수정은 하지 않는 것이 안전선입니다. 전자의무기록은 수정 이력이 전부 남습니다.

오해를 막기 위해 경계를 정리하겠습니다. 진료기록의 수정 자체가 금지된 것은 아닙니다. 의료법 제22조 제3항이 금지하는 것은 거짓으로 작성하거나 고의로 사실과 다르게 추가기재·수정하는 행위입니다. 법의 경계는수정했느냐가 아니라사실과 다르게 만들었느냐에 있습니다.

다만 소송이 시작된 뒤의 수정은, 내용이 사실이더라도 의도를 의심받는 자리에 놓입니다. 그래서 실무의 안전선은 법의 경계보다 한 칸 앞에 그어집니다.

5~7일차 · 경위 정리, 그리고 변호사 상담 예약

기억이 선명할 때 진료 경과를 시간 순서로 정리해 둡니다. 잘 쓸 필요는 없습니다. 날짜, 한 일, 그때 그렇게 판단한 이유. 이 세 가지면 충분합니다.

이 메모가 변호사와의 첫 상담 시간을 절반으로 줄여 줍니다. 그리고 의료소송을 다뤄 본 변호사와 상담 일정을 잡습니다. 선임 여부는 그다음 문제입니다. 상담이 먼저입니다.

하지 말아야 할 두 가지

첫째, 원고 측에 직접 연락하지 않습니다. 따지고 싶고, 설명하고 싶고, 오해를 풀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하지만 소송이 시작된 뒤의 전화 한 통, 문자 한 줄이 전부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대화가 필요하다면 대리인을 통해서 합니다.

둘째, 기록에 손대지 않습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그대로입니다. 소송에서 기록은 내용만큼건드리지 않았다는 사실이 힘을 가집니다.

소장은 결론이 아니라 시작입니다

7일은 소송의 승패를 정하는 시간이 아닙니다. 남은 기간을 제 속도로 걸을 수 있게 만드는 시간입니다. 봉투를 보관하고, 송달일을 확인하고, 알릴 곳에 알리고, 기록을 지키는 것. 첫 주에 할 일은 그것이 전부이고, 그것이면 충분합니다.

 

여기까지 읽으셨다면 지금 마음이 편치 않으실 겁니다.

진료를 마치고 돌아와 밤늦게 검색창을 열어 이런 글까지 찾아 읽게 되는 심정. 그게 당연합니다. 오래 해 온 일을 통째로 부정당하는 기분이 드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다만 한 가지는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소장을 받는 일은 생각보다 흔합니다. 환자를 많이 보고, 응급을 마다하지 않고, 어려운 케이스를 떠안아 온 의료인일수록 그 확률은 올라갑니다. 결과가 나빴다는 사실이 곧 진료가 잘못됐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 판단은 지금부터 몇 달에 걸쳐 기록과 감정과 변론을 거쳐 내려집니다. 오늘 혼자 내릴 판단이 아닙니다.

그러니 오늘은 이것만 하십시오. 봉투를 챙기고, 날짜를 확인하고, 알릴 곳에 전화 한 통. 나머지는 내일부터 해도 늦지 않습니다.

 

이 글은 공개된 판례, 법령, 언론 보도를 바탕으로 한 일반적인 정보이며, 특정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개별 사안은 반드시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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